IMF이전에 필자는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남부럽지 않은 가정이었다. 아버지가 월급을 받으시는 날에는 한 번씩 외식도 하고, 장난감도 자주 사 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중산층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IMF가 오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 때 필자는 20살이었고 막 대학생이 되었다. 당시에는 그냥 단순히 우리나라가 뭔가 잘못해서 어려워졌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그 시절을 지나왔다.

 

 

김우중과의 대화

 


조금씩 나이가 들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과거에 인식하지 못했던 중요한 사건들을 가끔 돌아보게 된다. 우연히 김우중 씨의 책을 보게 되었고, IMF 이전에 크게 성공했고 이후 크게 실패한 기업인이 무슨 애기를 할 지 매우 궁금해졌다. 참고로 필자의 집에는 김우중씨가 쓴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있었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김우중 씨는 굉장히 인기 있는 기업인 중에 한 명이었다. 그 시대의 대학생들은 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은 건 2017년 11월 이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해본다.

 

 

우리는 때로 전문가의 말을 너무 쉽게 믿습니다

전문가의 말이 제일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 전문가가 하는 말은 꼼꼼히 따져 보지 못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의료나 법률 등은 내용이 어렵고 용어도 생소하다 보니 전문가의 말을 전적으로 믿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도 사람이고 특정 분야에만 해박하다 보니 모르는 부분이나 오판할 수 있는 소지는 다분하다.

 

이 책은 당시 우리나라 경제 관료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IMF시절 외국 경제 전문가의 애기만 듣고, 많은 기업들을 해체하고 팔았다. 하지만 김우중씨는 다수의 투자한 곳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의 경제를 내다 봤을 때 벌어들이는 외화로 충분히 부채를 갚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팔려나간 이유는 외국에서 우리나라 알짜를 먹기 위해 작업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GM은 중국에 판매할 소형차 라인이 없었기 때문에, 이 라인을 보유하기 위해 대우자동차 인수에 열심이었다고 말한다.  GM은 인수해 간 대우자동차 소형차 라인으로 중국에서 엄청난 돈을 벌게 된다.

 

 

이 야이기는 강한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 사람은 상황을 자신이 유리한 데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김우중씨 말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이야기의 진실 여부를 여기서 따지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도 꼼꼼히 따져보고, 정말 맞는 얘기인지 근거를 찾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 관료들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그 이후에도 논쟁 거리였다.

 

 

그럼에도 그는 역시 비범한 인물이었습니다.

김우중씨가 대학교 4학년 때의 일이라고 한다. 어린 나이임에도 지인분의 부탁으로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며, 사업에 대한 감을 키우고 성과를 낸 이야기들이 나온다. 읽다보면 일하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이 남달랐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나이를 감안했을 때 발군의 실력과 능력이 있는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기계,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며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사업을 살리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당시의 경제 모델과 지금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몇 구절을 남겨봅니다.

 

저쪽이 생각하지 못하는 걸 치고 나가서 협상을 해야 되요. 우리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협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왜 저쪽이 하라는 그대로 해야만 된다고 생각하나요? 그게 다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IMF프로그램이 다른 나라들에 적용될 때에 ‘기업 구조조정이 들어갔는지 별로 들어본 적이 없고요. 아주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다른 개발도상국에는 강한 민간 기업들이 별로 없어서 기업 구조조정 시켜봤자 먹을 게 별로 없으니까 공공 부문을 구조조정 시켜 민영화 등으로 이익을 챙겼던 것이고 한국은 알짜 민간기업들이 많으니까 이걸 구조조정 시켜서 이익을 챙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 버는 걸 뻔히 다 아는데, 내 돈만 벌겠다고 하다가 잘못 보이면 무슨 규제든 할 수 있어요. 대신 자신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잘 해 주면 규제를 할 일이 없어지는 거지요.


 


김우중 씨는 이후에 베트남에 가서 사업을 하다가 2019년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많은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부족한 한국보다는 앞으로 기회가 많은 베트남에서 일을 하는 것을 권했다. 요즘 경제상황을 보면 잘 들어맞는 말이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많은 동남아 국가에 한국 청년들이 일과 사업을 할 수 있게 많은 발판을 마련해 주고 떠났다.

 

요즘 경제 환경이 어렵고, 팍팍한 게 현실입니다. 과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힘을 주는 것 같다.

 

 

(참조: 김우중 전 대우회장, '청년, 글로벌시장 누벼라'의 의미는?)


▶︎ ‘김우중과의 대화' 도서 페이지 Yes24에서 보러 가기: http://www.yes24.com/searchcorner/Search?keywo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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