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사축은 회사보다 자신을 위한 회사생활의 방향을 제시한다. 17년 10월에 출판된 책으로 당시에는 이런 개념이 생소했지만, 지금은 많이 보편화된 것 같다.

사축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위키피디아에 있는데, 우리나라 말은 아니고 일본 말이다. 회사에서 키우는 가축이라는 의미로, 자신의 의사와 양심을 포기한 채 회사에 기들여진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보면 일본의 직장생활과 우리나라의 직장생활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직장을 구할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5년전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직을 준비했었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더 급여가 많은 직장을 찾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인 삼성에 입사하기 위해 입사시험인 ssat를 신청했고, 시험날이 다가왔다. 이전에 한 번 통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험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시험 장소는 집에서 2시간이 걸리는 먼 장소였다. 아침에 출근할 때 휴대폰 알람으로 일어났기에 큰 걱정 없이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뭔가 이상한 기분에 눈이 떴다. 아뿔싸 집에서 출발해야 되는 시간이 10분 정도 지나 있었따. 그제서야 휴대폰 알람을 평일에만 울리도록 설정해 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리나케 나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왔지만, 제 시간에 가기는 좀 어려워 보였다. 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결국에는 가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갑자기 서글퍼졌다.

 

시험을 보러 가지 못한 내 자신이 어리석기도 했지만, 결국 내 인생의 행복은 삼성에 입사하느냐 마느냐로 갈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인생의 행복은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내 모습은 그 때의 다짐과 많이 멀어져 있는 평범한 40대 직장인이다.

 

 

가면사축

 


그렇게 다짐을 했었지만, 나는 어느새 회사에 길들여진 가축인 사축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15년을 지나 다시 그 때처럼 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 때보다 더 현실적으로 회사가 나의 짝사랑과 관계없이 나를 책임져 줄 수 없으며, 회사를 벗어났을 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그럴 때 이 책을 만났다. 제목과 카피라이트가 주는 강렬함에 나는 이 책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주체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 나를 만들기를 희망하며.

 


이 책의 가면 사축은 사축인 것 같지만 사축이 아닌, 오히려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회사생활을 이용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크게 환경, 기술, 자원적인 측면에서 그런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나열한다. 저자는 일본 사람인데 인터넷을 이용한 부업의 수입이 1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고되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인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직장을 떠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가면사축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책에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에는 실력이 중요하며 그러한 실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실력이 있는 다음에 회사 생활을 당당하게 해 나가며 자신의 사업이나 미래를 꾸려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실력이 있어야 회사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응하며 자신의 시간을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채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나 형식보다는 회사에서의 실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적이 있다면, 회사 생활을 자신의 판단과 스케쥴대로 주체적으로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반 직장인들이 이 방법을 따르기에는 여러가지 제약사항이 많다. 먼저 저자의 말대로 한다면 영업직군에 있는 사람들은 적합하다. 하지만, 나는 지원직종의 사무직에서 일한다. 지원업무는 실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그렇다보니 실적보다 관계나 평판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물론 업무능력이 뛰어나면 남들보다 일처리를 빨리 하고, 고품질의 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업무의 특성상 상사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고, 컨트롤할 수 없는 야근도 많다. 어떻게 보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수도 있겠다.


그 다음으로 회사 이외에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가장 좋은 것은 회사에서 하는 업무를 발전시켜 나중에 개인적인 일에도 확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는 본질적으로 그게 어려운 직무도 있고 순환보직을 하는 경우에는 업무 내용이 자주 바뀌다 보니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외의 분야에서 뭔가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예전에는 주식도 해 보고 부동산도 해 보았다. 하지만, 주식은 돈을 벌기가 어렵고 부동산도 직장을 다니면서 하기는 쉽지 않았다. 간절함이 부족해서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지금 당장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 공부를 미래를 보고 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은 물건도 보고 투자도 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과 돈이 있는데 직장인이 도전하기에 쉽지 않은 분야임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사회를  살아가면서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는 점점 더 멀어져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과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앞으로의 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내가 생각한 것들을 추가하여 조금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책을 중심으로 한 2가지. ‘능력이 있어야 한다’와 ‘정말 좋아하는 분야가 있어야 한다’ 가 있다. 그리고 필자가 보태는 2가지 생각은 ‘혼자서는 벌 수 없다’와 ‘여유 자본이 있다면 더 좋다’이다.

 

 

1) 먼저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난 한 분이 있었다. 회사 업종이 때문이기도 했지만 해외출장도 많고 외부 강연도 많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분야에 뛰어난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 회사를 다니면서 그렇게 하나의 분야에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있고 솔직히 부러울 때가 많다.


우리회사에도 능력이 있으면, 회사 생활을 다른 사람보다 더 수월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성과가 나기 때문에 윗사람이 여러가지 배려를 해 줄 수 밖에 없다. 그게 꼭 진급이나 급여가 아니라면, 여러가지 환경이나 생활 측면에서 말이다.

 

관련해서 필자가 발췌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주어진 일에 창의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 회의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 상사의 꼭두가시가 되지 않는다.
- 자료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 전화를 받지 않으며 메일에 답신하지 않는다.
- 도중에 계획을 변경한다.

 


너무 짧게 써서 이런 항목들이 왜 있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주로 일을 결과 위주로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회사들도 고도 성장기가 끝나면서, 점점 효율과 실적을 우선시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자세들은 앞으로 회사 생활에서도 중요한 능력들이 될 것이다.

 

내가 보기 이런 사람들은 크게 2가지가 남다른 것 같다. 그냥 내 생각이라 틀린 애기일수도 있다. 하나는 설명을 잘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설명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 정확히 애기하려면 아무리 어려운 애기도 잘 이해하여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설명을 잘 한다는 것은 그 분야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의 반증이다.

 

다음으로 능력치가 뛰어나거나 그 분야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능력치가 뛰어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학교 다닐 때도 넘사벽으로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이 있다. 습득이 빠르고 암기도 잘 하는 사람들이 꼭 한두명 씩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 같은  범인들인 정말 좋아하는 분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좋아하는 것에도 수준이 있다면 더 상위 수준으로 좋아해야 한다. 논어에서도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은가.  즐긴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겠다.

 

 

2) 정말 좋아하는 분야기 있어야 한다

회사 생활이 아닌 그 밖의 시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좋아하지 않는데 하기는 쉽지 않다. 직장인이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퇴근 이후의 시간에 의무감으로 무언가를 한다면 당장 몇 일은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뭔가를 만들어 나가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여야 한다. 돈이 되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세상이 좋아져서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그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 같다. 유투브 크리에이터 과정의 온라인 수업을 잠깐 들은 적이 있다. 성공적인 유투브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여러가지 가르쳐 주는데,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 흔히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 일반적인 주제의 컨텐츠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그 주제의 컨텐츠를 자신이 꾸준히 업로드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올리려면, 주제가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분야여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책에서 발췌한 항목은 아래와 같다.

 

- 연예에 빠지지 않고 꿈을 착실히 이룬다.
- 경험을 더 많이 산다.
-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한다.
- 정보수집과 공부에 쏟는 시간을 우선시한다.
- 업무와 놀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 휴일과 평일을 구분하지 않는다.
- 동료들과 술을 마시러 가지 않고, 중간에 사라진다.

 

근데 필자와 같은 사람들의 문제는 정말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해 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물건도 많이 사 본 사람이 잘 산다고, 여러가지 것을 비교도 해 보고 직접 경험도 해 봐야 나에게 잘 맞는 분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3) 혼자서는 벌 수 없다

물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좋겠지만, 혼자서는 정보 수집이나 작업, 평가 등 작업량은 많은 반면 시간은 부족하고 아이디어도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관심사가 같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면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낫다. 요즘에는 활성화된 온라인 커뮤니티가 많아,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에 활발히 참여하려면, 관심 있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에서 실력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많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지만, 덴마크에는 협동조합이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다고 한다. 단체가 되면 개인일 때보다 힘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에 목소리를 내거나 협상을 할 때도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현대차 노조에 대한 입장은 사람들마다 다 다르겠지만, 단체에서 나오는 교섭력은 모두가 부러워한다. 꼭 경제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관심사가 같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더불어 살아간다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전에 하버드 교수가 행복에 관해 연구한 내용을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우선 행복이라는 것은 어떤 상태라는 것을 정의한다. 그리고 그것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돈, 친구, 지역 등 다양한 변수들로 검증을 함으로써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을 찾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 것이 사람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같이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관계를 오래 가진 사람일수록 더 좋다고 한다. 

 

 

4) 여유 자본이 있으면 더 좋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이 상가 주인이라는 말이 크게 회자된 적이 있다.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산이 있다면 또 다른 선택을 하기가 쉬워질 것이고 배움과 경험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과거에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을 들으며 절약의 중요성을 되새겼었다. 수입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사실 수입을 늘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좋은 점은 무조건적인 절약이 아니라 합리적인 소비는 어느 지점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처럼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키워 연 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 필요 없는 내용이 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많은 시간을 회사라는 공간에서 보낸다. 그리고 신입 사원을 뽑는 회사에서는 사원들이 회사의 주인처럼 일하기를 원하고, 꿈을 실어 넣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게 된다. 나도 어느새 그렇게 되었고, 그렇게 되어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끝까지 갈 수 있다면 그것은 안정성이 보장된 편안한 길일 수도 있다. 나는 무늬만 가면 사축이 되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런 척만 하고 실제 나의 길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생각하고 구체화하는 일은 이런저런 핑계로 멀리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떤 행동들은 자기 위안을 위한 행동들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회사를 다니면서 그 동안 맘 편히 놀면서 다니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 때는 부동산을 공부한다고 수업도 다니고 찾아다니기도 했고,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영어책을 사고 학원을 다닌 적도 있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생겨서 HTS계좌를 만들고 사용법을 공부하기도 했고, 인문고전 독서 열풍때는 나도 책을 손에 좀 잡아 봤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느 것 하나 남한테 떳떳이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내가 정말 좋아하거나 고민한 것이 아닌 그 때 그 때 유행을 따르며,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자기 만족은 아니었을까.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런 점들은 정말 아쉽다. 어딘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는데, 나에게 딱 맞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여러가지 제약 사항과 어려움이 많지만, 미래를 위해서 지금 준비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다짐이 다시 한 번 그냥 지나가는 생각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실현가능하고 측정할 수 있는 계획과 구체적인 실천 지침들을 세워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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